일리노이 주의회를 통과해 어제 주지사의 서명으로 새롭게 시행된 낙태법은 그 동안 사문화됐던 임신 후기 낙태 금지와 낙태시행 의사의 형사처벌 등의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. 또 낙태와 피임 관련 시술에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, 메디케어 적용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.
민주당 소속의 프리츠커 주지사는 시카고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‘많은 주들이 낙태와 관해 퇴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, 일리노이는 여성의 건강을 위해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’고 말했습니다. 그 동안 낙태법 완화를 지지해 온 단체들은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내용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라며, 보수화된 연방대법관들이1973년 로이 대 웨이드(Roe V. Wade) 판결을 뒤집기 전에 빠른 법제화를 요구해왔습니다. 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, 최근 버몬트와 메인 주에서 통과된 것과 같이 낙태를 양쪽 부모 모두의 승락 없이도 가능하게 하는 등 낙태시술을 더욱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.
한편, 주의회 내 소수파인 공화당 의원들은 이 법이 낙태를 너무 쉽게 만든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습니다. 시카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독교 옹호 그룹인 ‘토마스 무어 소사이어티(The Thomas More Society)’는 낙태를 완화시킨 법 제정으로 일리노이주가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한 목적지가 됐다’며, 양부모의 승락을 받아야 낙태할 수 있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.
미국 내에서는 지난 달 알라바마 주를 비롯해, 루이지애나, 조지아, 캔터키, 미시시피, 오하이오 주 등에서 최근 태아의 심장소리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인 임신 6주 이후부터의 낙태를 금지시키는 강력한 법안을 제정했습니다. 이들 주에서는 태아가 산모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경우 등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성폭행으로 임신한 경우도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.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들로부터 법적인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.
통계에 따르면, 미국 내 낙태 건 수는 2014년 최저점을 찍으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. 일리노이 주 공중보건부 자료를 보면, 2017년 약 39,000건의 낙태가 주 내에서 이뤄졌지만, 10년 전만해도 한 해에 45,000건이 실행됐습니다.
케이 라디오 뉴스, 김우연 입니다.